지난주에 정수기 코디님이 다녀가셨습니다. 필터 갈아주셨죠, 하고 여쭤봤더니 이번엔 점검만 하는 달이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스티커에 방문 날짜만 적혀 있고 필터 교체 날짜는 따로 없다는 것도 그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방문점검이면 필터도 같이 갈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수기 렌탈을 쓰는 분이라면 한 번쯤 저와 같은 착각을 했을 것 같아요.
정수기 방문점검을 받으면 필터도 자동으로 갈리는 걸까요
방문점검과 필터 교체는 같은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일정입니다. 점검은 정수기 내부 위생 상태를 확인하는 방문이고, 필터 교체는 정해진 주기마다 별도로 이뤄집니다. 코디님이 다녀갔다고 필터까지 새것으로 바뀐 건 아닙니다.
저처럼 두 일정을 같은 걸로 여기고 있었다면, 지금 쓰는 정수기 설명서부터 다시 펼쳐볼 필요가 있습니다. 광고 문구보다는 제조사가 적어둔 표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가계부에는 정수기 렌탈비를 매달 꼬박꼬박 적어뒀으면서, 필터를 언제 갈았는지는 한 번도 따로 기록해 둔 적이 없더라고요.
정수기 뒷면이나 아랫면 라벨을 보면 모델명과 함께 필터 규격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렌탈 계약서에도 필터 교체 주기가 표로 정리돼 있는데, 설치 당시 받고 서랍 어딘가에 넣어둔 채 다시 안 꺼내 보는 서류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필터마다 교체 주기가 다르게 정해져 있습니다
정수기 필터는 한 종류가 아닙니다. 침전물을 걸러내는 세디먼트 필터, 냄새와 맛을 잡아주는 카본 필터, 미세 입자까지 거르는 멤브레인 필터가 단계별로 들어 있고, 필터마다 권장 교체 주기가 다릅니다.
- 세디먼트(침전) 필터 — 3~6개월
- 선카본 필터 — 6개월
- 후카본 필터 — 9~12개월
- 멤브레인 필터 — 12~18개월
제조사별로도 차이가 있습니다. LG 퓨리케어는 중금속 제거 필터를 6개월, 바이러스 제거 필터를 12개월 주기로 안내하고, 쿠쿠는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필터 종류에 따라 다르게 잡습니다. 이 기준은 하루 10리터, 4인 가족이 마시는 물을 기준으로 한 수치라 수질이 안 좋은 지역이거나 사용량이 많으면 그보다 더 자주 갈아야 합니다.
환경부 기준으로는 사용설명서에 정해진 주기대로 필터를 교체하고, 물이 닿는 부분은 6개월에 한 번 이상 청소·소독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방문점검 스티커에 적힌 날짜가 이 권고 주기와 맞는지 한 번쯤 대조해 볼 만합니다. 최근 제품은 필터 교체 알림등이 따로 있어 그 표시를 기준으로 삼아도 되지만, 알림 기능이 없는 구형 제품이라면 날짜를 스스로 적어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교체 시점을 넘기면 바이오필름부터 자랍니다
필터를 제때 갈지 않으면 안에 걸러진 오염물이 오히려 물을 다시 오염시킵니다. 세균과 곰팡이가 뭉쳐 만드는 끈적한 막, 바이오필름이 필터나 배관 표면에 자리를 잡으면 세척만으로는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물맛이나 냄새가 달라졌다면 이미 그 단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번 여름 이불 세탁 주기 글에서도 다뤘지만, 눈에 안 보이는 곳일수록 주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정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쓰는 물건이라 오히려 의심하지 않게 되는 거죠. 렌탈 제품이면 코디님에게 조기 교체를 요청하면 되고, 셀프형 제품이면 직접 필터를 사서 갈아 끼우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먼저 알아채야 요청도, 교체도 할 수 있습니다.
냄새나 맛이 며칠째 계속 이상하다면 다음 방문점검까지 기다리지 말고, 판매사 고객센터로 바로 문의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수기 회사마다 콜센터로 조기 방문을 요청할 수 있고, 이런 경우엔 대개 정기 일정보다 우선 처리해 줍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필터 교체일을 달력에 따로 표시해뒀습니다. 방문점검 스티커만 믿지 않고, 설명서에 적힌 주기를 기준으로 다음 교체일을 스스로 챙겨보려고요. 지금 쓰시는 정수기, 마지막 필터 교체가 언제였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