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전기 사용량을 조회해보다가 좀 놀랐습니다. 예년보다 에어컨을 오래 틀었는데도 요금 걱정이 크지 않았거든요. 한전ON에서 실제 요금표를 열어보니 이유가 나왔습니다. ‘많이 써서’가 아니라 ‘어느 구간에서 멈췄는가’가 관건이었습니다.
누진제, 이번 여름은 구간이 넓어졌습니다
평소엔 200kWh와 400kWh를 기준으로 요금 구간이 나뉩니다. 그런데 한전은 매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딱 두 달만 이 기준을 완화합니다. 1단계 상한이 300kWh로, 2단계 상한이 450kWh로 늘어나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여름엔 평소보다 100~150kWh를 더 써도 낮은 단가 구간 안에 머물 수 있습니다. 에어컨을 튼다고 곧바로 요금이 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작 무서운 건 사용량이 아니라 구간을 넘는 순간입니다
전력량요금은 구간마다 다르게 매겨집니다. 300kWh까지는 1kWh당 120원, 301~450kWh 구간은 214.6원, 450kWh를 넘긴 부분은 307.3원입니다. 쉽게 말하면 구간을 넘긴 만큼만 비싸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헷갈리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요금이 갑자기 튀는 진짜 이유는 전력량요금이 아니라 기본요금입니다. 1단계 기본요금은 910원, 2단계는 1,600원인데, 3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7,300원으로 뜁니다. 사용량을 1kWh만 더 썼을 뿐인데 기본요금만 5,700원이 더 붙는 셈입니다.
단가 차이도 작지 않습니다. 3단계 307.3원은 1단계 120원의 2.5배가 넘습니다. 같은 1kWh라도 어느 구간에서 쓰느냐에 따라 값이 두 배 넘게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440kWh와 460kWh, 실제로 얼마나 차이 날까
전력량요금과 기본요금만 놓고 예시로 계산해 봤습니다. 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부가가치세는 뺀 단순 비교입니다.

440kWh를 쓰면 300kWh는 120원씩 36,000원, 나머지 140kWh는 214.6원씩 30,044원, 기본요금 1,600원을 더해 67,644원이 나옵니다.
460kWh를 쓰면 300kWh는 그대로 36,000원, 301~450kWh 150kWh는 32,190원, 450kWh를 넘긴 10kWh는 307.3원씩 3,073원, 기본요금은 7,300원입니다. 합치면 78,563원입니다.
사용량은 20kWh 늘었는데 요금은 10,919원 뛰었습니다. 구간 안에서 20kWh를 더 썼다면 4천 원대로 끝났을 차이가, 구간을 넘기는 순간 두 배 넘게 벌어진 겁니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관리해야 할 건 강도가 아니라 사용량의 위치입니다. 이번 달 사용량이 지금 어디쯤인지 한전ON 앱에서 확인하는 게 온도를 1도 낮추는 것보다 먼저입니다.
실외기 앞을 막지 않고 필터를 주기적으로 털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냉방 효율이 떨어진 상태로 오래 틀면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전력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다만 필터 청소만으로 구간을 넘나드는 사용량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에요. 사용 시간 자체를 살피는 게 먼저예요.
서큘레이터를 같이 틀어 찬 공기를 순환시키면 설정 온도를 굳이 낮추지 않아도 체감 냉방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밤에 몰아 쓰면 좀 나을까 싶었는데, 주택용 전력은 산업용과 달리 시간대별로 단가가 달라지지 않아요. 언제 쓰든 같은 구간, 같은 단가가 적용돼요.
이번 여름엔 사용량부터 확인해보려고요
저도 이번에 요금표를 직접 열어보기 전까지는 많이 틀면 무조건 비싸진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어디서 멈추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지난번 정기예금 글을 쓸 때도 그랬지만, 안내문 대신 원문 자료를 직접 열어보면 매번 새로 보이는 게 있습니다.
8월 말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지금 사용량이 300kWh 근처인지, 450kWh에 가까운지부터 확인해보면 남은 여름을 어떻게 나눠 쓸지 감이 잡힐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하계 누진 구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적용되나요?
매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두 달만 적용됩니다. 9월이 되면 다시 200kWh·400kWh 기준으로 돌아갑니다.
사용량이 450kWh를 살짝 넘으면 전체 요금이 3단계 단가로 다시 계산되나요?
아닙니다. 이미 쓴 300kWh·150kWh 구간은 각각 원래 단가 그대로 계산되고, 초과한 부분에만 307.3원이 적용됩니다. 다만 기본요금은 구간이 바뀌는 순간 전체가 7,300원으로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