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보리 방석까지 트렁크에 밀어 넣고 현관문을 닫으려는데 손이 멈췄어요. 가스는 잠갔고 에어컨 코드도 뽑았는데 뭔가 뒤가 켕겼습니다.
결국 신발을 벗고 다시 들어갔습니다. 확인한 건 작은방 창문이었어요. 환기하려고 열어둔 걸 그대로 두고 나갈 뻔했습니다.
근교 캠핑은 한 달에 한 번쯤 가는데, 그때마다 확인하는 순서가 매번 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자료를 찾아 정리해 뒀어요. 오늘은 며칠 집을 비울 때 실제로 뭘 봐야 하는지 풀어볼게요.
가장 흔한 침입 경로는 문이 아니라 창문입니다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가 휴가철 침입범죄를 분석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침입 경로 가운데 창문의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여기서 좀 헤맸습니다. 기사마다 창문 비율 숫자가 제각각이었어요. 같은 연구소 발표인데도 집계 연도에 따라 수치가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특정 퍼센트를 외우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봤습니다. 숫자가 어떻든 창문이 1순위라는 결론은 자료마다 같았으니까요.
주택 유형별로는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같은 분석에서 단독주택이 69%, 다세대주택이 25%, 아파트가 6%였습니다.

저는 아파트 전세라 이 6%를 보고 잠깐 마음이 놓였습니다. 다만 6%는 낮은 숫자지 0은 아닙니다. 특히 저층이거나 베란다 쪽에 딛고 올라설 구조물이 있으면 아파트라고 예외가 되지 않아요.
시간대도 갈렸습니다.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가 66%로, 침입은 대부분 사람이 자는 시간에 일어납니다. 쉽게 말하면 낮에 잠깐 나갔다 오는 건 성격이 다른 문제고, 밤을 통째로 비우는 며칠이 진짜 공백입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꿨습니다. 예전엔 현관문 잠그고 가스 확인하고 끝이었는데, 이제는 방마다 창문부터 돌아봅니다. 크레센트 잠금장치가 완전히 걸렸는지 손으로 한 번씩 밀어보고요. 방충망만 닫힌 상태를 잠갔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방충망은 잠금장치가 아닙니다.
확인해 보니 저희 집도 창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방 세 개에 거실, 주방, 욕실까지 세어 보니 손대야 할 곳이 여덟 군데였어요. 평소엔 열어둔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나갈 때 한꺼번에 걸리는 겁니다.
여름이라 더 그렇습니다. 환기한다고 열어두는 빈도가 겨울보다 훨씬 높으니까요. 겨울엔 애초에 다 닫고 사니 이런 실수가 잘 안 나옵니다. 계절이 바뀌면 점검 항목도 같이 바뀐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가스와 전기, 수도는 다루는 방식이 제각각입니다
가스는 밸브를 잠그는 게 기본입니다. 레인지 손잡이만 끄고 나가는 분이 많은데 그건 불을 끈 것이지 가스를 막은 게 아닙니다. 주방 중간밸브를 90도로 돌려 물리적으로 잠가야 합니다.
며칠씩 안 쓰는 동안 미세한 누출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이라,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장기 외출 시 밸브 잠금을 국민행동요령으로 안내합니다. 손잡이를 돌려두면 확인도 쉬워요. 직각으로 서 있으면 잠긴 겁니다.
전기는 반대로 다 뽑으면 안 되는 게 섞여 있습니다. 여기서 헷갈립니다.
플러그를 뽑을 것은 며칠간 쓰지 않는 가전입니다. 제습기, 로봇청소기, 제빙기, 선풍기, 각종 충전기가 여기 들어갑니다. 대기전력도 대기전력이지만 자리를 비운 사이 과열될 여지를 없애는 쪽이 더 큽니다. 백열등을 오래 켜두는 것도 같은 이유로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냉장고는 그대로 둡니다. 며칠 비운다고 냉장고를 끄면 안에 있는 것들이 먼저 상해요. 김치냉장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엔 하나가 더 붙습니다. 에어컨을 완전히 끌 건지 정할 때, 반려동물이 집에 남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저희는 보리를 데리고 나가니까 전부 끄고 갑니다. 집에 두고 가는 경우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져서, 냉방을 아예 끄는 선택지는 빼야 합니다.
수도는 가스와 결이 다릅니다. 잠그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새는 걸 막는 게 목적이에요. 며칠 정도면 싱크대와 세면대 수전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는 선에서 충분합니다.
다만 배관이 오래된 집이거나 전에 누수를 겪은 적이 있다면 메인 밸브를 잠그고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집을 비운 사이 물이 새면 우리 집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아서요. 아래층까지 번지면 수습이 몇 배로 커집니다.
세탁기도 같이 봅니다. 급수 호스에 달린 밸브를 잠가두는 습관을 들이면 마음이 편해요. 저는 여기까지는 안 하다가, 아랫집 누수 얘기를 한 번 듣고 나서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집 비우는 동안 순찰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보다 알게 된 건데, 휴가로 집을 비우는 동안 순찰을 요청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사전에 신청해 두면 그 기간에 주거지 주변을 집중적으로 돌아주는 방식이에요.
다만 명칭과 운영 방식이 경찰서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본 사례는 3일 이상 비우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는데, 지역마다 기준이 같지는 않았습니다. 관할 지구대나 파출소에 미리 물어보는 쪽이 정확합니다.
돈이 들지 않는데 신청률은 낮은 제도라, 저는 이번 여름부터 챙겨볼 생각입니다.
같이 신경 쓸 게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우편물과 택배입니다. 현관 앞에 쌓이는 것만큼 확실한 빈집 신호가 없어요. 며칠치가 쌓일 것 같으면 배송일을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하나는 실시간 인증샷입니다. 지금 여기 있다는 사진은 지금 집이 비었다는 뜻도 됩니다. 저는 돌아와서 몰아 올리는 쪽으로 바꿨어요. 며칠 늦게 올린다고 사진이 덜 즐거워지지는 않더라고요.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에 말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며칠 비운다고 알려두면 현관 앞에 뭐가 쌓이거나 이상한 일이 있을 때 연락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저는 이번에 경비실에 한마디 해두고 갔어요.
조명을 타이머에 물려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녁 시간대에 잠깐 불이 켜지게 해두는 건데, 앞서 본 침입 시간대가 자정에서 오전 6시 사이에 몰려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밤새 불을 켜두는 것보다 저녁에 잠깐 켜지는 쪽이 전기요금 면에서도 부담이 적습니다.
여기까지가 돈이 거의 안 드는 것들입니다. 저는 장비를 더 사기 전에 이 정도만 해도 달라지는 게 있는지부터 보려고 합니다.
돌아왔을 때 곤란해지지 않으려면
떠나기 전 점검은 안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돌아온 다음 날의 내가 편해지는 일이기도 해요.
음식물 쓰레기는 무조건 비우고 나갑니다. 여름에 며칠 묵히면 문을 열자마자 냄새로 확인하게 됩니다.
냉장고는 상하기 쉬운 것만 먼저 정리합니다. 지난번 유통기한을 자꾸 놓치는 이유를 쓰면서 제일 안쪽에 뭐가 있는지 아는 게 먼저라고 했는데, 집을 비우기 전이 그걸 확인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더라고요.
배수구도 하나 있습니다. 며칠 물을 안 쓰면 트랩에 고인 물이 말라 냄새가 올라옵니다. 떠나기 전 각 배수구에 물을 한 번씩 흘려두면 덜합니다.
세탁기 문은 열어두고 나갑니다. 닫아두면 안쪽 고무 패킹에 남은 물기가 마르지 않아요. 며칠이면 돌아왔을 때 특유의 냄새가 확실히 다릅니다.
화분은 솔직히 저도 매번 실패합니다. 며칠이면 그늘로 옮겨두는 정도로 버텼어요.
이번 캠핑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냄새도 안 났고 창문도 그대로였어요.
점검이 잘된 날은 티가 안 납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게 결과의 전부라서요. 그래서 매번 건너뛰고 싶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며칠 집을 비울 때 냉장고도 꺼야 하나요?
아닙니다. 며칠 정도라면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그대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대신 상하기 쉬운 식품만 미리 정리하거나 냉동으로 옮겨 두세요.
아파트에 살면 방범은 신경 안 써도 될까요?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 분석에서 아파트 비중은 6%로 단독주택 69%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다만 0은 아니고, 저층이거나 베란다 쪽에 딛고 올라설 구조물이 있으면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휴가 기간 순찰 신청은 어디에 하나요?
관할 지구대나 파출소에 문의하면 됩니다. 명칭과 신청 기준이 경찰서마다 달라서, 며칠부터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 보는 쪽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