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는 세척만 잘하면 계속 써도 되는 줄 알았어요

도마는 세제로 뽀득뽀득 씻어두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어요. 주말 오전 청소 루틴에 도마 삶기까지 넣어두면 할 일을 다 한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 도마 표면에 남은 칼자국을 손끝으로 훑다가 흠칫했습니다. 자국 사이사이가 미세하게 젖어 있었어요. 세척은 매번 했는데, 정작 마르는 시점은 신경 쓴 적이 없었던 겁니다.

도마 흠집 속에 뭐가 남아 있을까요

칼자국이 깊어질수록 그 틈에 물기와 음식물 찌꺼기가 고입니다. 세제로 표면을 닦아도 흠집 안쪽까지는 잘 닿지 않아서, 씻었다는 느낌과 실제로 깨끗해진 상태는 다릅니다.

나무 도마는 이 틈이 원래 더 촘촘한 대신, 플라스틱 도마보다 오염이 진행되기 쉽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반대로 플라스틱 도마는 표면이 매끈해 보여도 칼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실선처럼 상처가 남습니다. 재질이 다르다고 관리법까지 같을 이유는 없습니다.

여기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행주로 닦아서 겉면이 뽀송해 보이면 다 마른 줄 착각하기 쉬운데, 흠집 안쪽 수분은 그보다 훨씬 오래 남아 있습니다. 겉만 보고 바로 수납장에 넣어 버리면, 정작 세균이 늘어나기 좋은 시간을 벌어주는 셈입니다.

지난번 냉장고 유통기한 글을 쓰면서도 느꼈지만, 주방에서 문제가 되는 건 대체로 눈에 보이는 얼룩이 아니라 안 보이는 습기 쪽이었습니다. 도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척보다 건조가 먼저입니다

많은 분들이 도마 관리라고 하면 세제나 소독제부터 떠올립니다. 다만 실제로 더 중요한 건 씻은 다음입니다. 젖은 도마를 행주로 슥 닦고 바로 겹쳐 보관하면, 물기가 마르지 않은 채로 몇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 시간 동안 흠집 속에서 세균이 늘어날 조건이 갖춰지는 셈입니다.

  • 세척 후에는 눕히지 않고 세워서 통풍이 되는 곳에 말립니다.
  • 고기·생선을 썬 도마와 채소·과일용 도마는 따로 씁니다. 하나로 돌려 쓰면 손질 순서를 아무리 바꿔도 교차오염을 완전히 막기 어렵습니다.
  • 나무 도마는 완전히 마른 뒤 식용유 계열을 마른 천에 묻혀 얇게 발라주면 표면이 덜 갈라집니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세제 종류를 바꾸는 것보다 체감 차이가 컸습니다. 저희 집은 주방이 좁아서 도마를 세워 말릴 자리부터 고민이었는데, 개수대 옆에 좁은 거치대 하나만 두니 그걸로 해결됐습니다. 별다른 도구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어요.

직사광선에 말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저희 집 개수대는 볕이 잘 안 들어서 대신 환풍기를 켜 두는 걸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마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젖은 채로 겹쳐 두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칼자국이 깊어지면 교체를 고민할 때입니다

도마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소모품입니다. 표면이 갈라지거나 칼자국이 손톱 끝에 걸릴 만큼 깊어졌다면, 세척과 건조만으로는 안쪽까지 닿지 않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도마를 씻어서 말린 뒤, 손톱 끝으로 칼자국을 가로질러 훑어 봅니다. 걸리는 느낌 없이 매끈하면 아직 괜찮은 편이고, 손톱이 자국 안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나면 그 부분부터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색이 거뭇하게 남거나 냄새가 배는 것도 같은 신호입니다.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대략 1~2년을 기준점으로 삼고 상태를 봐가며 앞당기는 편이 낫습니다. 비싼 도마를 오래 버티게 쓰는 게 알뜰한 게 아니라, 상태를 보고 제때 바꾸는 쪽이 알뜰한 겁니다.

저는 이번에 도마 두 개를 새로 들이면서 색을 다르게 골랐습니다. 어두운 색은 고기·생선용, 밝은 색은 채소용으로 구분하니 손이 헷갈릴 일이 없더라고요. 지금 쓰고 계신 도마, 마지막으로 뒤집어서 갈라진 곳은 없는지 확인해 보신 게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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